개미의 여로 그 끝에 서서
초겨울 어느날 
개미 한 마리 
여름 내내 먹이를 줍느라 더욱 가늘어진 허리
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
가늘게 가늘게 길을 가고 있었다 
산을 넘고 들을 지나 어느덧 
구비구비 흐르는 강가에 다다랐다 
때마침 떠내려오는 삭정이에 올랐다 
두둥실 떠내려 갔다 갑자기 
되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물결쳤다
엉엉 울었다 
날아가던 새 한 마리가 말을 건넸다 
"나처럼 하늘을 날아 보렴 온곳도 갈곳도 날고 있는 높이 만큼은 알 수 있지 허지만 아주 아주 더 높히 높히 날며는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결국 너나 나나 똑같은 신세야 울지마 "
새는 멀리 날아가 버리고 
개미는 울음을 그쳤다 
한겨울이 되어 강물이 꽁꽁 얼자 
흰눈이 펑펑 
산도 들도 강도 개미도 
하얗게 하나가 되었다 
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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